영월챌린저에 참가한 이형택이 파트너 우돔초케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 테니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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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저는 부산오픈, 삼성증권배챌린저, 영월챌린저 복식에 참가했습니다.
사실 부산오픈 때는 거의 운동을 하지 못했지만 삼성증권배챌린저 때는 좀 더 많은 훈련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공도 좋아졌고 운도 따라주면서 영월챌린저에서는 4강까지 올랐습니다.
복식은 코트의 절반만 커버하면 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큰 문제는 되지 않았지만 복식 연습을 하지 않아 움직임과 타이밍 등이 잘 맞지 않았습니다. 대신 경기를 하면 할수록 좋아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상대선수들이 복식 전문 현역 선수들이어서 계속 이기다 보니 욕심도 생겼습니다.
마지막 경기에서는 배탈 때문에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점이 좀 아쉬웠습니다.
오랜만에 경기에 나서려고 하니 설레고 긴장됐지만 기분이 좋고 흥분됐습니다. 한편으로는 현역 선수들을 상대로 공을 못 받아 치는 것은 아닌가 걱정도 했습니다.
다행히 파트너 임규태, 다나이 우돔초케(태국)가 잘 해 줘 오랜만에 랭킹 포인트도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첫 경기를 할 때는 정신이 없었지만 점점 적응도 됐고 로브도 띄울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경기하면서 과거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백핸드 다운더라인을 잘 쳤었는데 오랜만에 치려고 하니 잘 되지 않았고 서브 앤 발리도 늦었습니다. 답답했지만 복식 전문 훈련을 하고 몸을 만들면 지금보다 더 나은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복식에 참가하면서 국내 선수들의 경기도 볼 수 있었습니다.
올해 삼성증권배챌린저와 영월챌린저가 2주 연속 열리면서 참가하는 선수들의 수준이 높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국내선수들이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안방에서 열린 대회에서 국내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올렸으면 좋았겠지만 외국 선수들에 비해 성적을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래도 임용규와 정석영(이상 한솔제지)은 챌린저 우승과 결승에 진출한 경험이 있고 아직 20대 초반이기 때문에 조급해 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은 경험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저도 US오픈 16강에 진출했을 때가 24세였고 그 전에는 세계 200위권이었습니다. 김영석(마포고) 정현(삼일공고) 이덕희(제천동중) 등 주니어 선수들도 승리를 거두진 못했지만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습니다.
아쉬웠던 점은 외국 선수들에 비해 파워나 기술은 전혀 밀리지 않았지만 다양한 경기 운영의 부재였습니다. 네트 플레이가 한 박자 늦다거나 경기가 잘 안 풀릴 때 전술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경기가 뜻대로 안 풀리면 이것 저것 시도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주니어 선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투어생활을 하면 여러 스타일의 선수들을 상대하는데 내 스타일만 고집할 수 없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공만 치려고 하기보다는 상대방이 좋아하는 공을 못 치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스타일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경기 운영이 필요합니다.
라파엘 나달(스페인)이나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도 항상 컨디션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경기를 풀어 나가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과거 조코비치가 앤디 머레이(영국)와 경기 했을 때 1세트를 너무 쉽게 내줘 질 줄 알았는데 조코비치는 어떻게 해서든 경기를 풀어나가려고 했고 결국 그 경기에서 이겼습니다.
국내 선수들이 전술훈련을 더 많이 한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사진= 테니스코리아
아직 젊기에 급할 필요가 없습니다.
